바로 지금 사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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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있지 않습니까? 딱히 여윳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며, 특별히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옷을 막 사고 싶어지는 때 말이에요.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컴퓨터 앞에만 앉았다 하면 쇼핑몰을 기웃기웃, 주말만 됐다 하면 백화점 행입니다. “무슨 백화점이 이래?” 세일을 놓칠 세라, 혹은 저처럼 ‘지름신 강림하사’ 백화점을 찾은 차들 때문에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쉼 없이 투덜대면서도 지지난 토요일도, 또 그 전 토요일도 전 백화점에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저께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에도 전 백화점에 갔습니다. 3주 연속 그렇게 주말을 백화점에서 보내다 보니 뭐랄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이 한 눈에 보이더군요. 여름 옷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가을 옷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제가 이렇게 말하면 친구들은 ‘같지도 않은 변명’이라고 몰아붙입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지요. 그리하여 이번 주엔 ‘지금 사야 할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태양은 뜨겁지만 백화점 쇼윈도는 (지금 입었다간 ‘쪄 죽기’ 십상일) 가을 옷들로 꽉 들어찬 현 시점에서, 지금 사서 가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에 대한 이야기지요.

히피 풍 원피스 : 빨리 사면 빨리 살수록 이익입니다. 요즘 할리우드 셀레브리티들 사이에서는 바닥에 질질 끌릴 만큼 길이가 길고 어깨 부분은 끈으로 되어 있는 맥시드레스가 유행이더군요. 8월말까지만 입기에는 맥시드레스가 좋습니다. 무엇보다 시원해 보이고, 어깨 이외의 모든 부분에 덕지덕지 붙은 군살을 감쪽같이 가려주니까요(물론, 앞쪽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는 맥시드레스라 해도 배를 가려줄 재간이 없습니다만). 여기에 그리스 로마 시대의 병사들이 신었던 것 같은 글래디에이터 샌들 하나면 만사 'OK'입니다. 그런데 만약 히피 풍 드레스에 큰 돈을 투자할 계획이라면 바닥에 끌릴 만큼 길이가 긴 것보다는 무릎을 살짝 덮거나 반대로 무릎을 살짝 드러내는 스타일을 고르세요. 그래야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올 때까지 계속 입을 수 있거든요. 잔잔한 꽃무늬가 프린트되어 있고 가슴 부분엔 자수가 놓여 있는 디자인이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글래디에이터 샌들이나 가죽 소재 슬리퍼와 매치해서 입고 다니다가 가을이 오면 웨스턴 부츠와 레깅스, 혹은 벨보텀 팬츠와 매치하면 아주 멋스러워 보일 테니까요. 여기에 좀더 특별한 느낌을 더하고 싶다면 카우보이모자와 프린지(수술 모양) 장식이 달린 크로스백을 매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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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패턴 아이템 : 체크는 자연스러운 히피 풍을 연출하기에도 좋지만 히피 풍과 더불어 이번 가을/겨울의 주요 트렌드인 내추럴 룩을 연출하기에도 제격입니다. 이번 시즌엔 빛바랜 사진 속에서 본 듯한, 자연스럽고 예스러운 옷들이 유행이거든요. 게다가 체크는 레이어드하기에도 좋은 무늬입니다. 갖고 있는 단색 의상과 이리저리 매치하면 심심한 것 같아 한동안 입지 않았던 옷들도 멋지게 활용할 수 있게 되거든요. 단, 체크와 체크를 함께 레이어드 할 때에는 조심하세요. 두 가지나 세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색들이 서로 뒤섞여 있는 체크란 예민하기 그지없는 프린트라 두 개의 다른 체크를 붙여 놓았다간 서로의 개성 충돌로 불협화음을 내기 십상이거든요. 믹스&매치에 여간 해선 자신 없는 분들이라면 체크는 한 종류만, 단색의 옷들과 매치해 입는 게 상책이라는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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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튬 주얼리 : 코스튬 주얼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것 같습니다(코스튬 주얼리에 대해서 언제 다시 한번 자세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보석으로서의 가치보다 옷차림을 장식하는 데 의의를 두고 만들어지는 일명 ‘장식용 보석’ 코스튬 주얼리는 이번 시즌 여러 쇼에 등장하면서 의상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쉽게 말해, 패션 스타일링에 있어서는 1캐럿짜리 진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보다 20캐럿짜리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대담한 디자인의 주얼리가 갖고 있는 매력 또한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어떤 아이템이 인기를 끄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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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원피스를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것, 평범한 청바지를 파티웨어로 변신시키는 것, 노출이 과도한 탱크톱을 민망하지 않은 옷으로 변신시켜 주는 것, 모두 코스튬 주얼리만 있다면 가능하거든요. ‘이건 너무 디자인이 과하지 않을까?’ ‘이게 나한테 어울릴까?’ 고민하지 마세요. 가을이 오면 지금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그 디자인보다 1.5배는 더 대담한 디자인의 주얼리로 몸의 곳곳을 장식한 여자들을 길거리에서 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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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를 종류별, 브랜드별로 충분히 산 뒤에는 롱 카디건을 사세요. 그 다음에는 빅토리안 스타일의 블라우스, 그 다음엔 굽이 무섭게 생긴 구두를 사면 좋습니다. 또 그 다음에는 뭘 사냐고요? 글쎄요. 그 다음은 나중에 생각해보렵니다. 그 사이 제게 강림하신 지름신이 떠날 지도 모르니까요(부디 그렇게 되기를 빌어주세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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